단편 출품작 저자 : 이용원 서툰 사람들 2 01 9 년 설날 모두가 알다시피 대다수의 사람들 이 고대하며 준비하는 날이지만 당일에는 도로변에 차 한 대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이 힘든 날이다 설 연휴가 시작하자마자 사람 들이 늘 향하는 곳들 , 학교 , 직장 , 또는 말 못할 사연이 담겨있는 장소들은 모두 문을 닫고 , 좋던 싫던 , 의무던 아니던 , 매일같이 찾아주는 그 들을 잠시 해방시켜준다 해방된 사람들은 각자 다른 개개인의 “ 명소 ” 들을 향해서 차로 , 기차로 , 나아간다 장소가 주는 특별함을 만끽하는 날인 셈이다 예를 들어보자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하는 기차 위에 그들은 무표정으로 무심한 듯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지만 , (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뚫어지게 주시한다든가 ......) 자신들의 일상 , 스스로 통제된 삶에서 벗어나 원하는 곳으로 정처없이 떠나는 행위에 대한 내면에서 올라오는 설렘 , 스릴 , 솔직함 , 그 외의 무수히 많은 감정들이 북받쳐 오를테고 , 겉 으로는 아무 표현이 나 미동도 없지만 객차 안의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,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대다수의 저자들도 경험해 본 바가 있을 것이니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떠나는 사람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돌아오며 아쉬움을 호소할 것을 암에도 들뜬 마음으로 , 멀거나 가까운 곳으로 멀어져 간다 이들의 여정을 가까이서 관찰하면 흥분되다 못해 스릴이 넘치고 , 저자 또한 그러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길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단편의 초점은 다른 곳에 맞춰져 있다 남겨진 , 또는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위대하며 추앙받고 , 과장을 조금 덧붙이자면 신성시되는 글들은 모두 “ 떠난 ” 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들의 여행은 의미가 있던 없던 , 평범함을 벗어나 어딘가로 향하는 것이고 , 독자들은 주인공이 자신이길 , 본인들도 어딘가로 떠나 고 있길 간절히 바라며 신중히 , 집중해서 그 특별하거나 , 어쩌면 볼품없는 여행기들 을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돈키호테 , 부활 , 걸리버 여행기 ,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, 그리고 차마 이 단편에 담지 못하는 인류 역사상 명실 상부 최고의 작품들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여정을 떠난다 는 것이다 어디론가 향하고 , 시련을 겪고 , 성장하며 , 고찰과 고뇌 , 번뇌를 거치 며 때에 따라 성장하거나 본질을 찾기도 , 아니면 시발점으로 돌아와 허무함과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작 품 이 앞서 예시로 들었던 수작의 반열에 오를 것 같지 않고 , 또 내가 그럴 기량도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니 앞서 말한 대로 설날 , 떠나지 못한 자들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동부 이촌동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대로 옆에 위치해 있는 아담한 카페에는 한 명의 종업원 , 그 리고 두 남자 손님 만이 있었다 대로 쪽을 닦여지지 않은 채로 씁쓸히 바라보고 있는 카페의 통유리는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모 습 을 스스럼없이 투과 시킴과 동시 에 그들의 감정 또한 대변해주고 있는 듯 했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카페 안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독함을 가차 없이 노출시키는 창문이 불과 며칠 전의 역할 , 수많은 사람들의 갈 데 없는 시선을 고정할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에 우울함과 외로움을 소름 끼치도록 , 까무러칠 정도로 실감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며칠 전 사람들의 시선은 쉬러 왔음에도 자신들이 고군 분투하다 온 바깥 세상에 대한 미련을 잠시나마 버리지 못한 채 또다시 밖을 바라보고자 하는 그 헛된 욕망 , 모두가 비판하고 멀리하지만 결국 내면에 소지하고 있는 그 마성의 욕망이 시각화 되어 있던 것에 불과했다 과거 어느 평범한 평일과 오늘 같은 기일이자 특별한 날이 끈임없이 반복되기에 창문은 존재했지만 이로운 적은 없었다 그런 소위 “ 나쁜 ”, 아니면 “ 해로운 ” 창문 안으로 보이는 두 남자 중 앞에서 계산을 기다리는 남자는 평범한 세로 무늬 베이지색 면바지에 진한 갈색의 코트 , 그리고 어두운 푸른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그 바로 뒤 나무 테이블에 서 가만히 핸 드폰 을 만지작거리던 또 다른 남자는 청바지와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으나 그의 핸드폰의 화면에는 적막만이 가득한 흑색화면 위 어렴풋이 비춰지는 그의 얼굴 윤 곽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종업원은 그저 흰색 와이셔츠에 갈색 포인트가 있는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창 밖으로는 전날 쌓였다가 너무나도 가볍게 날아가 버 리는 눈송이들과 , 벌거벗은 나무들 , 그리고 그 나무들 위에 “ 설화 ( 雪 花 ) ” 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양의 눈들이 오후 2 시 경의 햇빛을 반사 시키고 있었다 물론 자연광은 카페의 창문을 통해 슬며시 가게 내부로 들어왔고 , 테이블에 앉아있는 남자는 그것을 인지했는지 한껏 찌푸린 표정으로 잠시나마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전형적인 둥그런 윤곽에 도톰하며 검붉은색 입술 , 면도하지 않은 콧수염과 미간 사이로 조금 넓게 벌어진 두 눈 , 그리고 왼쪽 볼에 커다랗게 위치해 있는 점 덕분에 조금이나마 부처 비스무리한 인상을 풍겼다 뭐 염치없지만 옛말을 섞어 이 칙칙한 산문 중간에 어색한 농담을 끼워 넣자면 :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누가 그가 부처라고 속단할 수 있을까 그때 , 창밖에서 돌풍이 불어 청소부가 기껏 다소곳이 모아 놨던 가을의 잔해들이 바람을 타고 무심코 , 그러나 기울고 뒤집히는 현란한 동작과 함께 날아갔다 각자의 명소로 떠난 그들과 함께하고 싶었던 것일까 , 아니면 흉내라도 내보고 싶던 것일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을 지긋이 보던 노인장 청소부는 허탈한 듯이 “ 허허 ” 웃고 나뭇잎들이 다시 날아가 버릴 것을 암에도 불구하고 바람 속에서 또다시 작업을 이어 나갔다 돌풍을 타고 날아간 나뭇잎의 일부는 카페의 통창에 와 부딪혀 “ 바스락 ” 소리를 내며 발악하듯 부서졌고 , 품고 있던 나뭇잎의 임종에 슬퍼 한층 힘을 잃어 바람이 된 돌풍은 그 잔해를 모셔 가기라도 하듯 바스라기들을 들 어올 려 또다시 어딘가로 향했다 이 소리를 듣고 신경 이 분산된 테이블의 남자는 다시 한번 들어오자 하는 것은 막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들만 골라 통과시키는 야속한 창문을 보더니 지긋이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바꾸어 앉았다 그 순간 , 남자에게 내어진 진동기가 울렸고 , 그는 천천히 , 겨울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한 마리의 동물처럼 부스스하게 일어나 그가 주문한 단 한잔의 커피를 받으러 카운터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 는지 카운터 앞에서 5 분째 음료 메뉴판을 뚫어지게 보며 고민하던 갈색 코트의 남자는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였고 , 잠시 주춤하던 커피를 받으러 온 자는 마지못해 “ 음 잠시 비켜 주실 수 있겠습니까 ? ” 라고 질문했 다 그제서야 남자는 한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나 주었다 카운터와 대략 30 c m 떨어진 남자 와 카 운 터 사이의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간 그는 조심스럽게 가장 작은 사이즈의 커피 잔을 가지고 다시 테이 블로 돌아왔고 , 카운터 앞의 남자는 다시 고민을 재개했다 저자가 묘사 한 이들이 카페에서 하는 것도 없이 낭비한 시간이 자그마치 10 분 종업원은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 다만 유난히 오늘따라 느리고 게을렀고 , 두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분위기는 다시 돌풍이 휘몰아치며 방해되는 모든 것들 ( 그 불쌍한 청소부의 모자를 포함한다 ) , 을 날려버리는 밖에서 창을 통에 들여다보면 한없이 게으르고 멍청해 보였지만 , 막상 카페 안 , 작게 울려 퍼지는 Rossini 의 “ L'italiana in Algeri ” 를 압살해버리는 가히 무서울 정도의 정적이 흐르는 환경에서의 똑 같은 분위기는 한없이 여유롭고 평화로 이 느껴졌다 음악의 클라이막스 수많은 악기들이 현란한 속주 가 어우러진 음악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지만 , 그 카페 안의 고요한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었기에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때 , 카운터 앞의 남자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종업원에게 “ 아메리카노 큰컵으로 한잔이요 최대한 뜨겁게 ” 라며 단정짓듯 내뱉았다 그러나 음악에 가려진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종업원에게 닫지 않았고 , 이 사실에 조금 짜증이 난 듯한 그는 과도하게 크지만 그렇다고 공격적이거나 적대적이지는 않은 , 무미 건조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그의 주문을 반복했다 그러자 종업원은 다소 조소한 목소리로 “ 주문을 위해 카드 리더기 위해 서명 한번 해주시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” 라며 평소 그녀의 밝고 명랑한 톤과 다르게 반응했다 남자는 터치 패드 위 자신의 이름을 휘날려 서명했다 그 때문의 그의 이름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아보지 못했으나 흐리게 “ 범수 ” 같이 보인 관계로 이제부터 범수라 지칭하겠다 범수는 곧 나온 그의 타들어가는 마음속만큼 뜨거운 커피잔을 들고 테이블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청바지를 입은 다른 남자의 테이블과 대략 2 미터 정도 떨어진 , 바로 옆 테이블에 털썩 주저앉았다 “ 이름이 뭡니까 ? ” 범수는 무심한 듯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“ 나요 ? ” 라고 당황한 듯 맞받아쳤고 , 곧 “ 김수현이요 .... 저희 대가 수자 돌림인데 , 특이하게 “ 물 수 ( 水 ) 자를 부 수나 파자 비슷하게 쓰거든요 ....” 라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, 범수는 “ 아 ... 뭐 그런 것들을 잘 아시는 분인가 봐요 ? 제가 사실 구청에서 그런 거 관련해서 뭐 문서 같은 걸 뽑을 일이 있어서 ... 혹시 시간 되시면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? ” 라고 선뜻 제안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휴무일인 설날 당일에 문서를 받으러 구청에 간다라 ....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게 얼마나 해괴하고 헛 된 말인지 익히 알 것이다 수현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을 터 그러나 그는 “ 아 , 네 지금 가시죠 ” 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, 그를 따라 범수 역시 기립해 오동나무 문을 열고 나갔다 문 에 달려있는 벨은 “ 짤랑 ” 소리를 내더니 점차 수그러들었고 , 범수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너무 뜨거워 차마 입도 대지 못한 커피 가 , 수현의 자리에는 온도가 적당했 음 에도 마시다 만 커피가 놓여 있었다 범수가 연 다음 놓아버린 문은 밖의 바람과 함께 미량의 나뭇잎을 카페에 들여왔고 , 종업원은 그 사실을 알았음에도 나뭇잎들을 쓸 지 않았다 그 대신 , 범 수와 수현의 자리에 놓여 있던 커피잔들을 조용히 들어 쓰레기통에 툭 던져 넣을 뿐이었다 다시 그녀의 자리로 돌아간 종업원은 자신의 핸드폰을 키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반면 , 밖으로 나간 범수와 수현은 다시 한번 눈이 부분부분 쌓인 인도 , 그 리고 길을 쓰는 노인장 청소부와 조우했다 끊임없이 씀에도 끊임없이 쌓이는 나뭇잎을 다시 한번 들어올려 저 멀리 화단으로 보낸 야속한 돌풍과 청소부를 번갈아 쳐다보던 수현은 말했다 “ 도와드릴까요 ? ” 범수가 힘차게 대답했다 “ 그 럼 요 ! ” - 끝 - 자체 해설 : 굳이 카페에 오지 않아도 될 두 남자는 무엇인지 모 를 감정에 휘말려 카페에 온다 그 감정은 모두가 떠난 설 , 남겨진 자신들에 대한 한탄과 그들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을 찾으려는 사회적 욕구에서 였을 것 이다 그렇 게 카페에 온 그들은 막상 서로를 찾았음에도 한쪽은 메뉴판만 , 한쪽은 핸드폰과 창문을 보며 어색함을 증가시킬 뿐이다 창문에 대한 묘사로 남겨진 그들을 스스럼없이 솔직하게 표현했다 어색함 탓에 둘은 종업원과 서로에게 은근 피해를 주지만 결국 목적이 일치했기에 그럼에도 불 구하고 평화로운 문위기가 감 돈다 결국 , 그 둘은 친구가 되어 돌아간다 또한 ,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곡 , L'italiana in Algeri 는 이 단편 전체와 그것이 시사하는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한 풍 자다 이 곡의 작곡가 , 로씨니는 알제리에서 18 세 소녀를 보 고 사랑에 빠지지만 , 결국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이 관 계가 우리 사 회에서 일어나는 대다수의 관 계 의 특성이다 동료가 , 친구가 되고자 하지만 선뜻 그러지 못 한다 어릴 때는 친구를 잘만 사귀며 소위 “ 인싸 ” 라고 불렸 던 사람들이 어른이 되자 외 톨 이가 된다 그 중 가장 소외된 두 남자가 카페에서 만 나 친구가 된다 이 둘의 관 계는 확률적으로 나 아니면 다른 관점에서나 거의 기적에 가깝다 남자 둘의 관계와 절대적으로 반대인 작곡가 로씨니의 관계를 담은 곡을 배경음악으로 선정함으로써 묘한 불일치를 불러온다 모두가 함 께 인 설날 에서 조차 소외된 두 인간 이 말은 함께할 가족도 , 지인도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내레이션마저 범수의 진짜 이름을 파악하기 위한 조금의 노력은 커녕 그와 수현을 굉장히 무심하게 다룬다 독자는 굳이 보여지는 상황 만 으로도 묘사 불가능할 정도의 힘든 사람들인 것을 알기에 이들의 속사정을 알 필요도 , 알고 싶지도 않 을 것이고 , 또 모르는 것으로 충분하다 설날임에도 불구하고 구청으로 공문서를 받으러 동행을 요청했던 범수는 수현이 따라온 것을 보고 바로 청소부를 도와주자고 요청한다 그가 계속 카운터 앞에 서 있었던 이유도 ,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수현의 동행을 요청했던 것도 , 청소부를 도와주자 하는 것도 결국 모두 친구가 필요해서 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과거나 내 면 이 어떻든 극도의 고독함과 외로움 속에서 그 둘에게는 “ 친구 ” 가 생겼고 , 누구보다도 가깝고 돈독한 사이로 발전할 거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잠시동안만 봤지만 그 시간과 장소만으로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은 그 누구보다 서로에게 공감 가능할 것이다 또한 , 그것으로 충분하기도 하고 말이다